| 📌 이 글은 ✅ 요양원 보낸다고 하면 가족을 포기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다가도 ✅ 집에서 모시기엔 여건이 안되는 분께 ✅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
1. 요양원 보내는 것 가족 관계의 종말일까?
저는 뇌출혈로 12년 간 투병 중인 엄마가 있습니다. 재활을 꾸준히 해왔지만, 출혈 당시 뇌손상이 심해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십니다.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노후자금까지 탈탈 털어 간병비와 병원비를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버지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두 분의 부부관계가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어릴 적 두 분이 크게 다투던 기억이, 그때 나이의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습니다. 무려 10여 년간 한 달에 수백만 원이나 하는 개인 간병을 맡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동 간병을 알아보겠다고 해도, 아버지는 공동 간병을 맡기면 엄마가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날 신문기사를 읽고 왜 그런지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는 엄마를 공동간병실에 보내는 것을 책임의 포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다고 집에서 혼자 엄마를 돌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본인 노후자금까지 소진하면서 개인간병비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2. 더는 늦출 수 없었던 엄마의 요양원 입소
다행히 저의 지속적인 설득으로 엄마를 2년 전부터 요양병원 개인 간병실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공동간병실에 가면 엄마가 죽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우려와는 달리, 엄마는 잘 적응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더 이상 요양병원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재활 효과입니다. 엄마는 발병한 지 12년이 지났기 때문에 재활을 한다고 해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재활은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하지만, 하루 종일 재활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무료함입니다. 요양병원에서는 재활 외에는 활동이 거의 없습니다. 엄마는 하루 종일 병실 침대에 태블릿을 고정해 TV를 시청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무료하게 보내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비용입니다. 공동간병실로 옮겨 간병비 부담이 줄었지만, 아버지의 재정 상태로는 병원비를 계속 부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3. 요양원 설득후기│고집 센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던 4 가지 요소
결국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자고 아버지를 설득했고, 아버지도 동의하셨습니다. 고집 센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3.1. 장기요양기관 A등급 요양원
장기요양기관 평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중요한 평가입니다. 요양원은 3년마다 정기적으로 평가를 받는데, 평가항목은 기관 운영, 환경 및 안전, 수급자의 권리 보장, 급여 제공 과정 및 결과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저는 아버지께 무조건 A등급을 받은 요양원에만 입소하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국립병원에서 근무하며 의료기관인증평가 과정을 지켜보면서, 평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관리 체계와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이 이러한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현재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즉, 병원이 A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체계적이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원 개개인의 능력이나 재량에 의존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A등급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A등급이 무조건 B나 C등급보다 좋은 요양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좋은 요양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A등급 요양원은 전체 요양원의 4% 정도에 불과하며, 대기 기간이 보통 2~3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A등급 요양원에 입소 신청서를 제출하고, 대기 기간 동안 요양병원 공동간병실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3.2. 위생점검
요양원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위생입니다. 요양원 입소 전에 시설을 방문해 청결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요양원은 혼자서 생활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위생 청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시설을 들러보며 청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냄새를 맡아보는 것입니다. 입소자들은 대소변을 혼자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저귀를 사용합니다.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악취가 나기 마련입니다. 물론 요양보호사가 한 명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 교체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불쾌한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요양원 방문을 했는데요. 감염 예방을 이유로 시설 견학을 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몇 가지 간접적인 방법으로 요양원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1층 로비의 분위기를 관찰했는데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불쾌한 냄새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면회 나온 입소자의 전반적인 청결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일단은 합격점이었습니다. 다만, 입소자가 생활하는 곳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입소순번이 됐을 때 자세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2024년 8월 21일 업데이트)
나중에 추가 정보를 얻게 되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3.3. 아버지 집과 가까운 곳
집과의 거리가 가까운 요양원을 선택하겠다고 아버지께 설명드렸습니다. 현재 집과 요양병원의 거리도 멀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도 연로하시기 때문에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에 후보로 점찍은 요양원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방문은 주 2회 정도로 계획했지만, 거리가 가깝다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를 안심시킬 수 있었습니다.
3.4. 요양원의 장점 설명
아버지께 요양원의 장점에 대해서도 설명해 드렸습니다. 요양원의 장점 중 첫 번째는 다양한 프로그램입니다. 요양병원에서는 재활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 요양원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서 태블릿으로 TV 시청만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요양원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오고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제공되어 무료함을 덜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비용 절감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오랫동안 개인 간병을 받으셨기 때문에 한 달에 수백만 원을 간병비로 쓰셨습니다. 현재는 공동 간병실로 옮겨 간병비 부담이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요양원에 입소하면 간병비용을 국가에서 전액 지원해 주고, 소득 수준에 따라 일부 생활비도 지원받을 수 있어 아버지의 재정 상태에 큰 도움이 됩니다.
4. 요양원 설득후기 결론
솔직히 요양원 얘기를 꺼내기 전에 아버지가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개인 간병에서 공동 간병으로 옮기는 것도 아버지 돈이 거의 바닥난 후에야 겨우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요소들을 조목조목 설명드렸고, 아버지는 엄마를 요양원으로 옮기는 것에 동의하셨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요양원은 임종 전이나 중증 치매환자만 보내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입소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준비하면 입소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집 센 아버지 요양원 설득후기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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